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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기고문] 동네 / 매일경제

연구조교
2021-02-28
조회수 149

(2021년 2월 18일)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에서 속기사로 일하던 에버니저 하워드는 대도시의 소음, 오염, 고밀 등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1899년 전원도시협회라는 법인을 만들었고 런던 교외에 조그만 도시를 짓는다. 도시와 농촌의 좋은 점만 차용하고자 했고, 20세기 신도시의 원조였다.

1920년대 미국 뉴욕에서 도시계획회사 직원으로 일했던 클래런스 페리는 쏟아지는 이민자들로 인하여 동네가 무너질까 봐 걱정했다. 페리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4분의 1마일을 도보권으로 삼는 새로운 동네 이론을 내놨다. 경제적으로 비슷한 계층들이 모여 살면 동네의식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하였다.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도 우리가 아파트를 지을 때 두 사람의 생각에 빚진 게 많다. 그러나 자급자족 신도시를 꿈꾸었던 하워드의 생각은 고층고밀 대도시의 확산으로, 동질성을 갖는 새로운 동네를 믿었던 페리의 생각은 아파트 단지라고 하는 도시 내 숱한 섬을 양산하는 데 그쳤다. 귤이 회수를 넘으니 탱자가 된 경우였다.

도시개발 과정은 탱자를 양산했다. 담장 쳐진 단지가 수백 년 동안 형성된 골목길에 마구 밀고 들어왔다. 동네 아이들이 딱지치기하고 놀던 골목길은 주차장 혹은 '진입금지'가 새겨진 정원이 되었고, 급할 때 아이를 맡기려 밀고 들어서던 이웃집 문은 아파트 철문으로 막혀버렸다.

그렇게 단지는 동네를 밀쳐 내고 섬으로 우뚝 섰다. 동대문에서 서대문까지 걸어서 40분 정도였던 도시 크기는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도 어려운 도시로 변했다. 동네는 40대 이상의 기억 속에서나 가능한 노스탤지어가 되었다.

코로나 이후에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모든 것을 내가 사는 주변에서 해결하려는 'ALL IN VILLE' 트렌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코로나 이전에도 여기저기서, 특히 젊은 세대 밀집지역에서 보였던 현상이다. 이제는 전 도시에서 나타난다. 코로나가 앞당긴 미래도시의 한 단면이다. 외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15분 도시 파리, 20분 도시 디트로이트 등이 그것이다.

수천 년 도시 역사에서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인류가 도시를 만들고 살면서 도보권 도시를 벗어났던 것은 지난 100년 정도다. 그것도 자동차에 얹혀서 가능했던 일이고, 도시는 항상 걸어서 한두 시간 정도 크기였다. 코로나가 잃어버렸던 많은 것을 다시 복원하고 있다. 동네도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래된 미래도시처럼.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매일경제 2021.02.18

February 18, 2021

*관련링크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2/159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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