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1일)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816 주택공급 대책에는 컴팩트시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정부는 컴팩트시티의 모습을 기차역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방사형으로 제시했는데, 역으로부터 500m에서 1㎞ 이내 지역을 고밀개발하는 것을 컴팩트시티로 상정한듯 하다. 역으로부터 300m 이내인 초역세권에는 고밀의 환승센터와 쇼핑몰 및 오피스등을 건설하고, 600m 이내 지역에는 중·고밀도 주택을, 600m 이후 지역에는 중밀도의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3기 신도시 GTX역 주변도 컴팩트시티를 적용할 예정인 데, 고양창릉 GTX역세권은 주변 7개 블록을 지하도시형으로 고밀개발하고, 남양주왕숙 역세권은 기차역사 윗쪽을 고밀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내년까지 발굴할 15만호 안팎의 택지 후보지 역시 컴팩트시티 개념으로 개발한다고 하니, 조만간 컴팩트시티가 수도권에 대거 등장할 것 같다.
지난 수년간 여러 복합화 프로젝트를 컴팩트시티로 명명하며 추진하였던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도시를 컴팩트하게 재구조화하자는 논의가 점점 더 깊어질 것이고,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컴팩트시티로 방향을 돌려 도시구조를 바꿔간다면 주민들 삶의 질 또한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SH에서 진행했던 컴팩트시티 프로젝트는 버스차고지, 빗물펌프장등 도시내 저이용 되어왔던 시설들을 입체화하고 주민들의 공간복지를 제고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많았다. 때문에 밀도보다는 공간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50여년전 처음 조성될 때는 도시 외곽에 위치했던 버스차고지가 도시 확산과 함께 주거단지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밤늦게까지 버스 소음과 빛 공해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차고지를 지하로 밀어넣고 지상에는 공원과 주택 및 각종 편의시설을 만드는 작업을 지지하였다. 도시를 컴팩트하게 만들자는 것은 방만하게 활용되었던 도시공간을 보다 촘촘하게 엮어서 효율을 높이자는 데에 방점을 찍은채 진행되었고, 지난 50여년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도시에 대한 반성을 전제하였다. 밀도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헨리 포드가 1920년대 T형 자동차 모델의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면서 시작된 자동차 대중화는 신도시 건설을 부추켰다. 지난 100여년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은 신도시가 생겼고, 1970년대초 100만 이상의 도시가 30여개였던 지구상에 지금은 1000만 이상의 도시가 30개에 육박한다. 인구가 늘면 도시를 확장하거나 교외 베드타운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빠르게 기성도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70년대 이후, 한국도 이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2020년 기준,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다. 유럽에서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한 파리권이 10% 후반, 이웃 일본의 동경권은 30%정도이고, 미주대륙에는 유사사례조차 찾을 수 없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림픽 구호처럼 도시를 만들고 확장시켜온 결과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쇠퇴는 앞으로 후손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을 난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3기 신도시구상을 지난 2019년에 발표했고, 이후 국가철도망계획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더 유도하고 있다. 이번 816대책도 예외가 아니다. GTX역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더욱 고밀하게 개발하겠다는 컴팩트시티 구상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쇠퇴를 앞당길 것이고, 용적율 500% 주택 구상으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좋은 게 시간이 지나면 아닌 경우가 많다. 여름 폭우때 시민들의 생명까지 앗아간 반지하주택을 보자. 1960년대초 제정되었던 건축법에서는 지하에 사람이 거주하는 방을 두는 것은 금지되었다. 지하에는 사람이 거주해서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이 조항은 슬그머니 개정되었고, 이후 반지하주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수도권에만 30여만호가 있는 반지하주택은 공공이 해결하기에 버거운 난제가 되어버렸다. 미봉책은 후속세대에게 짐이 될 수 있다. 용적율 500%의 주택은 저층의 영구음영, 통풍과 환기등 삶의 질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더군다나 용적율 500%, 신도시개발등은 앞을 내다보는 선택은 아니다. 2000년에 용적율 결정을 지자체에 이양한 이후, 우리는 주택 용적율 500%를 허용한 적이 없다. 소득 1만불 시대에도 지키고자 했던 주거 환경을 4만불을 바라보는 지금 뒤집어서는 안된다. 인구구조가 1-2인 가구로 급변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신도시도 확산하지 않는게 낫다. 컴팩트시티는 고밀도시가 아닌 효율성있는 도시여야한다. 이제는 도시의 양적 확산을 재고하고, 그동안 만들었던 도시를 더욱 촘촘하게 재구조화해야할 시점이다. 밀도보다 효율, 컴팩트시티의 핵심이다.
e-대한경제 2022년 8월 31일
*관련링크: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208300837022730809
(2022년 8월 31일)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816 주택공급 대책에는 컴팩트시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정부는 컴팩트시티의 모습을 기차역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방사형으로 제시했는데, 역으로부터 500m에서 1㎞ 이내 지역을 고밀개발하는 것을 컴팩트시티로 상정한듯 하다. 역으로부터 300m 이내인 초역세권에는 고밀의 환승센터와 쇼핑몰 및 오피스등을 건설하고, 600m 이내 지역에는 중·고밀도 주택을, 600m 이후 지역에는 중밀도의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3기 신도시 GTX역 주변도 컴팩트시티를 적용할 예정인 데, 고양창릉 GTX역세권은 주변 7개 블록을 지하도시형으로 고밀개발하고, 남양주왕숙 역세권은 기차역사 윗쪽을 고밀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내년까지 발굴할 15만호 안팎의 택지 후보지 역시 컴팩트시티 개념으로 개발한다고 하니, 조만간 컴팩트시티가 수도권에 대거 등장할 것 같다.
지난 수년간 여러 복합화 프로젝트를 컴팩트시티로 명명하며 추진하였던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도시를 컴팩트하게 재구조화하자는 논의가 점점 더 깊어질 것이고,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컴팩트시티로 방향을 돌려 도시구조를 바꿔간다면 주민들 삶의 질 또한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SH에서 진행했던 컴팩트시티 프로젝트는 버스차고지, 빗물펌프장등 도시내 저이용 되어왔던 시설들을 입체화하고 주민들의 공간복지를 제고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많았다. 때문에 밀도보다는 공간의 효율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50여년전 처음 조성될 때는 도시 외곽에 위치했던 버스차고지가 도시 확산과 함께 주거단지로 둘러싸이게 되었고, 밤늦게까지 버스 소음과 빛 공해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차고지를 지하로 밀어넣고 지상에는 공원과 주택 및 각종 편의시설을 만드는 작업을 지지하였다. 도시를 컴팩트하게 만들자는 것은 방만하게 활용되었던 도시공간을 보다 촘촘하게 엮어서 효율을 높이자는 데에 방점을 찍은채 진행되었고, 지난 50여년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도시에 대한 반성을 전제하였다. 밀도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헨리 포드가 1920년대 T형 자동차 모델의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면서 시작된 자동차 대중화는 신도시 건설을 부추켰다. 지난 100여년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은 신도시가 생겼고, 1970년대초 100만 이상의 도시가 30여개였던 지구상에 지금은 1000만 이상의 도시가 30개에 육박한다. 인구가 늘면 도시를 확장하거나 교외 베드타운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빠르게 기성도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70년대 이후, 한국도 이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2020년 기준,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다. 유럽에서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한 파리권이 10% 후반, 이웃 일본의 동경권은 30%정도이고, 미주대륙에는 유사사례조차 찾을 수 없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림픽 구호처럼 도시를 만들고 확장시켜온 결과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쇠퇴는 앞으로 후손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을 난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3기 신도시구상을 지난 2019년에 발표했고, 이후 국가철도망계획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더 유도하고 있다. 이번 816대책도 예외가 아니다. GTX역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더욱 고밀하게 개발하겠다는 컴팩트시티 구상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쇠퇴를 앞당길 것이고, 용적율 500% 주택 구상으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좋은 게 시간이 지나면 아닌 경우가 많다. 여름 폭우때 시민들의 생명까지 앗아간 반지하주택을 보자. 1960년대초 제정되었던 건축법에서는 지하에 사람이 거주하는 방을 두는 것은 금지되었다. 지하에는 사람이 거주해서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이 조항은 슬그머니 개정되었고, 이후 반지하주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수도권에만 30여만호가 있는 반지하주택은 공공이 해결하기에 버거운 난제가 되어버렸다. 미봉책은 후속세대에게 짐이 될 수 있다. 용적율 500%의 주택은 저층의 영구음영, 통풍과 환기등 삶의 질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더군다나 용적율 500%, 신도시개발등은 앞을 내다보는 선택은 아니다. 2000년에 용적율 결정을 지자체에 이양한 이후, 우리는 주택 용적율 500%를 허용한 적이 없다. 소득 1만불 시대에도 지키고자 했던 주거 환경을 4만불을 바라보는 지금 뒤집어서는 안된다. 인구구조가 1-2인 가구로 급변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신도시도 확산하지 않는게 낫다. 컴팩트시티는 고밀도시가 아닌 효율성있는 도시여야한다. 이제는 도시의 양적 확산을 재고하고, 그동안 만들었던 도시를 더욱 촘촘하게 재구조화해야할 시점이다. 밀도보다 효율, 컴팩트시티의 핵심이다.
e-대한경제 2022년 8월 31일
*관련링크: https://m.dnews.co.kr/m_home/view.jsp?idxno=2022083008370227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