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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기고문] 반지하 없애려면 / 중앙일보

연구조교
2022-09-01
조회수 173

(2022년 9월 1일)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한국도시설계학회 회장 


‘2022년 7월부터 서울에 새로 고시원을 짓거나 증축하려면, 방 크기를 7㎡(2.12평)이상으로 해야 한다. 창문도 반드시 달아야 한다.’ 창문도 반드시 달아야 한다니? 1인당 소득 3만달러가 넘는 나라 특별시의 건축조례에 신설된 조항이다. 2018년 11월, 18명의 사상자가 나왔던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3년여 만인 올해 1월에야 조례가 공포되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협의를 거치느라 조례 개정에만 3년이 걸렸다.

이번 반지하 침수 사고로 몇 분이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서울시는 즉각 “204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2만여 호를 재건축하여 23만호 이상을 확보한다”며 “반지하 가구 20만호는 공공임대 재건축으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대책을 발표하였다. 서울시의 신속함과 정책 의도는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12만호 재건축을 통해 23만호를 공급하면 반지하에 사는 20만호를 이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은 기존 거주자가 거의 100% 재입주한다는 전제 하에 진행된다. 민간 재건축과는 상황이 다르다. 2042년까지 재건축되는 물량 23만여 호 중 멸실 12만여 호를 제외하면, 신규 입주는 11여만 호일 것이다.


공공임대 재건축만으론 어렵고
옥탑방·고시원 느는 풍선효과도
입지 특성에 맞는 해법 마련해야


폭우 참변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놓인 추모 조화 


23만 호가 100% 공공임대주택이 되기도 어렵다. 임대 가구 수가 늘어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인근 커뮤니티의 반발은 극심할 것이고, 결국은 임대와 분양이 혼합된 단지로 재건축해야 할 것이다.

피해를 본 상도동 반지하의 월세가 20만원(보증금 500만원)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서울시는 반지하 주민들을 임대주택에 입주시키고, 2년간 매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공공임대주택이 서울 시내에는 별로 없다. 반지하 평균 거주 기간이 5년 정도이니, 월세 지원이 끝나면 입주민들이 다시 반지하를 찾게 될 확률도 크다.

만약 반지하 거주자들을 우선 입주시킨다면, 기존 입주 대기자들의 불만은 어떻게 달래야할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천문학적인 대기자 명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서울의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현황을 보면, 반지하는 2010년 30여만 호에서 지금은 20여만 호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주차장법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옥탑방은 2010년 3만호에서 크게 늘지는 않았다. 고시원의 경우, 2009년 6000여 동에서 2017년 1만 2000여 동으로 꽤 증가하고 있다. 한 동당 호실 수를 감안하면, 반지하 감소 물량 중 상당수가 고시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반지하 20만호를 없애면 고시원·옥탑방이 늘어날 것이고, 반지하에 임대주택 입주권을 줄 경우, 반지하 가격만 올라갈 것이다.

그동안 대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20년 3월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 2.0에서도 반지하 거주민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정책을 발표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1100여 가구만이 혜택을 봤다.

문제는 헐거운 대책에 있다. 반지하도 지역에 따라, 노후도에 따라 여건이 다르다. 인근 빗물처리장 증설이나 배수관거 개선으로 침수문제를 우선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고, 환기나 통풍시설 리모델링이 보다 시급한 곳도 있다. 영화 ‘기생충’에도 나왔지만, 정화조 위치 때문에 화장실이 거주공간보다 높아서 문제인 곳도 많다. 정부는 반지하에 대한 면밀한 실태 분석부터 먼저 해야 한다.

획일적 금지와 막대한 예산 투입보다는 입지 특성에 맞는 해법을 작동시켜야 하고, 20만 호의 물량을 빠르게 해결하려면 민간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지하를 타용도로 전환하고, 반지하 거주민의 동일건물 거주를 약속하는 건물주에게는 한시적으로 증축을 허용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반지하는 열악한 주거유형이지만, 접근성 때문에 도시 외곽의 주거보다 선호되는 곳이기도 하다.

반지하를 쓸어버리고 공공이 다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할 뿐이다. 작동 가능한 것부터 손을 대야 문제가 풀린다.


중앙일보 2022년 9월 1일


*관련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8650#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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